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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계곡-장유폭포

imita 2009. 6. 7. 17:25

장유계곡에 처음 간 것은 1991년 봄이었던 것 같다.

장유폭포라 하여 궨찮은 폭포가 있는 줄 알았다.

도착해서 폭포를 찾아서 한참을 올라갔지만 폭포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장유폭포에는 폭포가 없다라고 생각했다.

 

몇년 전에 장유로 이사와서 장유계곡 앞에 폭포가 있는 것을 보았다.

전혀 폭포가 있을 자리가 아닌데 물은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연의 벽에 인공으로 물을 흘러내리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폭포같은 폭포가 생겼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아이들과 함께 장유계곡을 들렀다.

올해들어 세번째이다.

 

사람들과 방안에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하였지만

자연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는 이야기로 불가능한 영역이라

자연을 찾아서 자연 속에서 채우자는 마음이 생겨서이다.

 

예전에 공부하러 다닐 때 캄캄한 지하에서 공부도 해보고

선방에도 앉아보고

방에서 누어서도 해보고

걸어다니면서도 해보고

여러가지로 해보았지만

그 중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모두 놓아버리는 것이었다.

 

이미 아무런 생각이 없이(에고로 일어나는 번뇌들)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에너지와 하나가 되고

방이나 도심에서 비우고비우고 또 비워도

자연스럽게 채워지지 않는 에너지의 공백을 채우이 위해서는

자연 속으로 들어옴이 가장 쉬운 방법인 것이다.

 

자연 속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번뇌, 탁한 에너지를 빼 내기만 하면

자연의 에너지가 채워져서 공부가 자연히 진행되지만

도심에서 자연의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내면의 에너지를 비우기만 하면

공허함에 빠질 수 가 있는 것이다.

자신을 지탱하는 에너지 마저 빠져버리고

자연의 튼튼한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음 무기력해져버리지 않는가?

 

하여

비워야 함에 얽메이지 않는 정도의 공부가 된 사람이라면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도 동화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에너지의 근원이 자연임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나온 곳과 돌아갈 곳이 자연임을 알아야 하고

시멘트와 아스팔트위의 에너지를 벗어나

자연의 있되 없는 에너지를 알아야

언젠가 텅 비운체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장유계곡은 화려하지 않고

장유계곡은 요란하지 않고

장유계곡은 장엄하지 않고

장유계곡은 마르지 않고

장유계곡은 높지 않고

장유계곡은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장유계곡은 마음 껏 쉴 수 있고

장유계곡은 평범한 사람같은 계곡이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탁한 숨을 편안하게 고르기에 충분한 계곡이다.

뒤로는 높은 산이 있고

머지않은 곳에 시내가 있다.

주변 곳곳에 무질서 비슷하게 주차할 수 있고

입장료도 없다.

계곡이 낮아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화장실도 여러개 설치되어 있다.

 

장유계곡은 그저 편안한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 같은 계곡이다.

 

그곳에선 우리가 살아숨쉬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존재하지만 읽기 어려운

존재하지만 말하기 어려운

그런 자연의 에너지를

현란한 물과 돌과  산세와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차분하게 자연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비우고 비우고도 남은 부분을

차분하게 비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곳이다.

 

가만히 앉아서 계곡 사이의 공간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없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있다.

언제나 있었던 그 곳에

언제나 있을 그 곳에

우리의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이 폭포없는 장유폭포,  장유계곡이다.

 

사랑하는 님들이

마저 비우고, 마저 채워야 할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장유계곡이다.

 

어느 계곡을 가더라도 느끼자면 느낄 수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편안하고

가장 쉬운 곳이

장유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