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가질 수 없는 나
끄 응 아프다.
몸이 몹시 아프다.
며칠 전부터 계속 아프다.
온 몸에 나무들이 박혀 있는 것 같다.
한동안 아프지 않더니 계속 아프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원인은 다른데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대학 시절에
업이 곧장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남을 괴롭히면 내가 더 괴로운 일이 생겼다.
아니 더 어린 시절부터 알았다.
중학교 시절에 시내버스는 만원버스였다.
안내양이 있었고
차비는 원래 내릴 때 받는 것이었지만
종점 가까이서는 안내양이 돌아다니면서 받았다.
어쩌다가 운이 좋으면 안내양이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다.
그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수입이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내릴 때 바쁜 척해서 안내고 내릴 때도 있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장난이요 일탈의 재미였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차비를 내지 않는 날 괴로운 일들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안내양이 차비를 받아가지 않는 행운의 날도 역시 괴로운 일이 생겼다.
그러다가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거를름돈을 더 받은 날도 역시 괴로운 일이 생겼다.
길거리에서 돈을 주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운 돈은 곧장 흘려보낸다.
해서 지금은 그냥 받는 것 외에
잘못된 계산에 의한 것은 일체 반환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에는
내가 한 행위에 대한 반박, 고통이 일년 주기로 오는 것과
일주일 주기로 오는 것 등이 있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나는 남을 미워하면 곧장 나에게 그 고통이 넘어온다.
남을 괴롭히면 그 고통이 곧장 나에게 넘어온다.
이것은 아내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아내의 어떤 점을 미워하는 마음
아이들의미운 점을 미워하는 마음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최근 나에게는 직장에서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는 둘 째 세세의 칭얼거림, 찡찡 거리는 것이 싫어서 야단을 쳤다.
그리고 어제 하루 종일 일이 되지 않고, 몸이 무지 아프면서 하루종일 헤멨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무지 고통스럽게 움직이다가
화장실에서 퍼져 앉아서 명상을 했다.
굳이 명상이라기 보다는 마음돌리기라고 하는 것이 낳겠다.
미워하는 마음을 삭히기 시작했다.
물론 삭힐 때가 되었기도 하지만
하나씩 쳐다보는 동안 사라져 갔다.
빛으로 바람으로 어둠으로 모두 사라져갔다.
그리고는 몸의 고통도 줄었다.
남이 미워도 미워하는 것이 더 나에게는 괴롭다.
그래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도 무지 괴롭고 화가난다.
이런 나를 나의 아내는 니가 무슨 성인군자가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나를 이해하고 보살펴주는 아내이지만
한 때는 이해하기 힘들었으리라.
하여튼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무지 괴롭다.
마음도 괴롭고 몸도 괴롭다.
그래서 일도 괴로워지고 결국 생활이 괴로워진다.
미워할 수 없는 나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는 나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
그것이 나의 존재다.
내가 괴롭지 않으려면 사랑하여야 하고
사랑하면 또 사랑하는 괴로움에 쌓여야 한다.
그래서 한때는 사랑하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목석의 마음을 가지고 마음의 요동이 없기를 노력하였다.
그것이 도인 줄 알았고
그것이 해탈인 줄 알았다.
무심이 그런 것인 줄 알았다.
무심도 모자라 아예 살아서 죽으려 하였다.
사랑하고싶은 만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괴로워서 선택한 것이었다.
구러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는 길이었다.
지금은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고 나머지는 잊는다.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마음으로 남겨둔다.
언젠가는 나의 사랑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다리면서
받아들여지는 만큼 사랑하고 만다.
그래도 사랑하는 괴로움은 재미 있으나
미워하는 괴로움은 재미가 없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괴로움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즐거움이다.